다녀왔어요

(경기) 여주 흥왕사

풍요한 2012. 5. 28. 21:30

2012/05/18

 

흥왕사는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중암리 소달산에 위치한 사찰로 신륵사 하구로 흘러 내리는 금당천과 중암리를 가로 질러 흐르는 완장천 사이에 자리한 고려시대 사찰로 나지막한 야산에 그 터를 잡고 있다. 고려 초 소달(蘇達)이 창건했다고도 하고, 고려 말 혜근(惠勤:1351∼1374)이 세웠다고도 하나 정확한 것은 알 수 없다

소달화상이 창건했다는 설화에는 약 1,000년 전 소달이 초봄부터 백일기도를 드렸는데, 기도를 마치고 산을 둘러보니 초여름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절이 있는 자리만 서리가 내렸고, 그는 이곳이 부처님이 정해주신 자리라 생각하여 절을 지어 상왕사(霜旺寺)라고 이름 지었다는 것이다.

『봉은사본말지』를 보면 1905년 이전까지 상왕사로 불렀음을 알 수 있고, 절 안에 봉안된 불화에도 상왕사라고 기록되어 있다.

 

흥왕사는 여주의 명찰 고달사와는 형제와 같은 절로 그 옛날 소달과 고달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고달과 소달은 형제지간으로 각기 뜻을 품어 부처님 전에 그 몸을 귀의하여 승려가 되었다. 하지만 각기 뜻을 품은 바가 달라 고달은 국가에 도움을 주는 절을 세웠으며, 소달은 사찰을 진리의 도량으로 생각하며 오래도록 중생을 교화하는 절을 세웠다. 한때 고달이 세운 고달사는 고려의 명문사찰로 명성을 떨쳤지만 일찍히 폐사되었고, 소달이 세운 흥왕사는 조용히 은둔하며 그 법을 이어나가 아직도 법등을 이어오고 있다.  이처럼 소달산 흥왕사는 자그마한 암자의 모습으로 중생을 교화하고자 하는 진리의 도량 모습을 품고 있다. 극락전과 삼성각이 사찰 가람의 전부인 흥왕사지만 따뜻하게 가람을 품은 소달산의 지세와 사찰의 수호신장처럼 사찰을 수호하는 보호수의 모습은 현재 폐허가 된 고달사의 쓸쓸함 보다 우리에게 정겨운 모습은 아닐까 생각한다. 동시대 같은 형제들에 의해 창건되었지만 부귀를 위한 사찰과 부처님의 법을 잇기 위한 사찰의 또 다른 운명을 그들 형제는 알고 있었을까.